솔직히 창간호 모델로 기용하면서 내심 망설였다. 소위 역사적인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애 전문지의 첫 호에 양성애자를 쓴다는 것에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그러나 그녀가 양성애자라고 해서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역시 어려웠다. 그녀가 나와 달리 남자에게도 연정을 느낀다지만 나와 똑같이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누구보다도 열심이다. 그녀의 양성애 성향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녀를 레즈비언이라는 테두리에서 제외시켜야 할 아무런 이유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1997년5월 21일로부터 태어난 안전지대는 이제껏 비활동적이고 음성적이던 부산, 경남지방의 레즈비언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꼭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여성으로 겪는 사회적인 사회적인 부당함 등을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별과 성정체성을 떠나 이반인(二般人)인 우리가 일반인이라고 하여 배척하지 않으며 다수인 그들 속에서 당당한 인격체로서 모두에게 주어진 평등한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 자신부터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자신을 바라보아야 되지 않을까.
‘대경회’가 1년의 역사를 갖게 되고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은 한국 동성애 역사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 중심의 동성애 문화에 목말라했던 지방의 동성애자들도 이제는 보수적인 지방색을 이기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말이죠. ‘대경회’를 선두로 다른 많은 지방에서도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일을 시작한 ‘대경회’회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레즈비언들도 ‘대경회’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고요. 저희 ‘끼리끼리’와도 긴밀한 교류가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누리1』, 「각 단체장 축하메시지」, 한국 여성동성애자 인권운동 모임 ‘끼리끼리’회장 전해성, 1997
대구경북지역 동성애자 모임인 ‘대경회’의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또하나의 사랑’ 1주년 기념 모임에서 회장님을 통해 ‘대경회’가 지방을 중심으로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동성애자 단체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대경회'의 그와 같은 활동은 매우 고무적 활동이라 생각됩니다. 아직까지 ‘대경회’와 ‘또하나의 사랑’사이의 눈에 뛰는 교류는 없었지만 앞으로 우호적인 동반자로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무쪼록 1주년을 맞이한 ‘대경회’가 지방에 거주하는 많은 동성애자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해서 지방의 중추적인 모임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대경회’ 1주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날씬한 몸매와 해맑은 웃음을 가진 나우누리 동성애자 모임 ‘레인보우’의 모임지기 ‘참된세상’님은 세 모임의 모임지기 중 가장 나이가 젊었다. 온라인상이었지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추가 인터뷰까지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이셨던 모임지기의 모습에 가장 늦게 출발하고서도 결코 다른 모임에 뒤지지 않는 활동력을 갖춘 레인보우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천리안의 동성애자 인권모임방 모임지기인 ‘길벗’님은 비교적 오랫동안 천리안 모임방에서 벌인 활발한 활동과 수려한 글솜씨를 인정받아 최근 80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정기모임에서 3대 대표 시삽으로 뽑힌 분이다. 차분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일을 진행시켜 급기야는 큰 사고(?)를 치고야 마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이텔 모임지기인 오현주님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분답게 오프라인상에서의 인터뷰를 먼저 제안해왔다. 오현주님과의 만남은 후텁지근한 날의 불쾌함을 씻어줄 시원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소낙비와도 같았다.
한: 오늘의 집회는 내 삶의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훈 : 쌍용자동차 노조의 노동자가 ‘동성애자 연대투쟁, 노동악법 철폐하자’는 구호를 외쳐주었다. 정말 용기가 솟았다.
석 : 극장에서 소식지 돌릴 때보다 반응이 좋았다. 전경 방패에 붙어있던 핑크 트라이앵글이 인상적이었다.
순 : 집회는 난생처음이고, 레즈비언으로서 나와야 한다는 사명감에 나왔다. 너무 무서웠지만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
안 : 우리만 나설 게 아니라 동성애자 내부로 확산시켜야 할 것 같다.
순 : 투쟁은 축제이다. 신나게 웃고 떠들며 투쟁한 것이 자랑스럽다.
#힘망찬 소식 하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담았던 동성애자 단체들이 드디어 연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남성 동성애자 인권모임인 ‘친구사이’, 여성 동성애자 모임 ‘끼리끼리’, 그리고 새로운 동성애 문화를 열어가는 ‘버디’ 등 전국 27개 동성애 단체들이 5월 31일 세종대에 모여 ‘한국 동성애자 협의회’ (가칭)을 결성하였습니다. 아직 정확한 활동과 모임의 명칭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전국의 동성애자단체들의 대표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얼굴을 확인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문제점과 동성애자 인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