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2022...
성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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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발행한 『초동회 소식지』 이후, 한국의 퀴어(비연속/연속)간행물의 문장을 수집하고 연결하는 공간입니다. 발견한 문장을 보내주세요.

세상은 참 많은 것을 이리저리 토막내고 나눈다. 그중에는 정말로 나누어야 할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누지 않아야 될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눔은 여러가지 이름으로 [종교, 인종, 성정체성, 성별 등] 정당화되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나눔은 이것에 의해 배제된 자들 사이에서도 이루어진다. [성소수자 사이에서도 수많은 나눔이 이루어진다] 그 나눔들, 경계들을 이리저리 폴짝폴짝 정신사납게 완전변태답게 뛰어다니며 경계 자체에 혼선을 일으키고 마침내 와르르 무너뜨리는데 눈곱만큼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창간호의 주요 테마를 가운데로 정하게 되었다. 함께 정신줄 안드로메다 저 멀리 좀 놓아두고 폴짝폴짝 뛰어넘어보자.

—『완전변태창간호, 「가운데」, 2008

1997년5월 21일로부터 태어난 안전지대는 이제껏 비활동적이고 음성적이던 부산, 경남지방레즈비언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꼭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여성으로 겪는 사회적인 사회적인 부당함 등을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별성정체성을 떠나 이반인(二般人)인 우리가 일반인이라고 하여 배척하지 않으며 다수인 그들 속에서 당당한 인격체로서 모두에게 주어진 평등한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 자신부터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자신을 바라보아야 되지 않을까.

—『안전지대창간호, 「내는 글⋯.」, 1997

커밍아웃엔 대체로 다음의 3단계 정도가 있는 것 같다. (⋯) 3단계는 소수라는 성정체성을 세계를 바라보는 중심틀로 사고하게 되는 경우인데, 예를들면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반이라고 합니다.” 등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 3단계부터 자의든 타의든 그, 혹은 그녀는 공포의 변태 투사가 되는 것이다.

—『마음006』, 「커밍아웃 스토리」, 1998

25세는 어린 나이가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25세 이상 될 때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특히 자신성정체성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또한 부모님의 뜻을 어기면서 결혼을 거부하고 있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것은 강한 “자기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종 부모들은 독신여성(결혼하지 않은)의 외로운 노후에 대해 경고하곤 한다. 또 그것으로 자녀에게 결혼을 강요하곤 한다.

—『밴댕이들의 소식2002년 3월호, 「밴디트와 나」, 2002

‘기혼’이라는 단어 안에 ‘남편’과 ‘아이’가 겹쳐 보이기 때문에 이 세 가지 연애는 모두 불륜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사회적으로 말하기에는 불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성정체성은 유동적인 것이라 평생 이성애자로 살아오다 결혼한 뒤에 레즈비언임을 깨달았을 수도 있고, 바이인 줄 알았다가 레즈비언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도 있다.

—『레인보우링』 season3 3호, 「기혼이반 커플」, 2001

간행물의 제목은 〈〉(e의 2승)입니다. 경상도 지역 화자들은 2와 e를 구분하여 ‘다른’ 음으로 발음합니다. 제목 〈e2〉는, 이성애의 헤게모니 속에서 ‘다른’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가진 부산 지역의 ‘이쪽’, ‘이반’의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 「여는 글」, 닭살튀김,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