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창간호 모델로 기용하면서 내심 망설였다. 소위 역사적인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애 전문지의 첫 호에 양성애자를 쓴다는 것에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그러나 그녀가 양성애자라고 해서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역시 어려웠다. 그녀가 나와 달리 남자에게도 연정을 느낀다지만 나와 똑같이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누구보다도 열심이다. 그녀의 양성애 성향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녀를 레즈비언이라는 테두리에서 제외시켜야 할 아무런 이유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대경회’가 1년의 역사를 갖게 되고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은 한국 동성애 역사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 중심의 동성애 문화에 목말라했던 지방의 동성애자들도 이제는 보수적인 지방색을 이기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말이죠. ‘대경회’를 선두로 다른 많은 지방에서도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일을 시작한 ‘대경회’회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레즈비언들도 ‘대경회’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고요. 저희 ‘끼리끼리’와도 긴밀한 교류가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누리1』, 「각 단체장 축하메시지」, 한국 여성동성애자 인권운동 모임 ‘끼리끼리’회장 전해성, 1997
한: 오늘의 집회는 내 삶의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훈 : 쌍용자동차 노조의 노동자가 ‘동성애자 연대투쟁, 노동악법 철폐하자’는 구호를 외쳐주었다. 정말 용기가 솟았다.
석 : 극장에서 소식지 돌릴 때보다 반응이 좋았다. 전경 방패에 붙어있던 핑크 트라이앵글이 인상적이었다.
순 : 집회는 난생처음이고, 레즈비언으로서 나와야 한다는 사명감에 나왔다. 너무 무서웠지만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
안 : 우리만 나설 게 아니라 동성애자 내부로 확산시켜야 할 것 같다.
순 : 투쟁은 축제이다. 신나게 웃고 떠들며 투쟁한 것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