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2022...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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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발행한 『초동회 소식지』 이후, 한국의 퀴어(비연속/연속)간행물의 문장을 수집하고 연결하는 공간입니다. 발견한 문장을 보내주세요.

세상이 삐뚤어졌으니 올바르게 산다는 건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삐뚤삐뚤하게 사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렇게 삐뚤어진 마음으로 이렇게 삐딱삐딱하게 쓰여지고만 창간호! 아 – 뭔가⋯ 그윽하구나. 아, 참고로 여긴 뒷면이라능.

—『완전변태창간호, 뒤표지, 「가운데」, 2008

세상은 참 많은 것을 이리저리 토막내고 나눈다. 그중에는 정말로 나누어야 할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누지 않아야 될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눔은 여러가지 이름으로 [종교, 인종, 성정체성, 성별 등] 정당화되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나눔은 이것에 의해 배제된 자들 사이에서도 이루어진다. [성소수자 사이에서도 수많은 나눔이 이루어진다] 그 나눔들, 경계들을 이리저리 폴짝폴짝 정신사납게 완전변태답게 뛰어다니며 경계 자체에 혼선을 일으키고 마침내 와르르 무너뜨리는데 눈곱만큼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창간호의 주요 테마를 가운데로 정하게 되었다. 함께 정신줄 안드로메다 저 멀리 좀 놓아두고 폴짝폴짝 뛰어넘어보자.

—『완전변태창간호, 「가운데」, 2008

레즈비언 섬을 발견하다. 암흑 같던 어둠을 뛰쳐나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이 자신스스로가 열어가고자 방황해야 했던 수많은 날들⋯ 한국 최초 동성애 전문 잡지 버디세상에 나오면서, 어둠의 빛처럼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문을 두드린 레즈비언 모임 안전지대⋯ 새내기-신입-여러분이 많은 상담과 회원가입과 모임에 대한 문의를 해옵니다. 벅찬 감동과 반가움 이전에 빈 구석을 메워나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갈 정도로의 모임의 내용과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안전지대』 9호, 「글: 회장 블랙」, 1998

세상살기가 점점 힘들어져서 레즈비언들의 걱정되는 시기입니다. 아무래도 여자사회적으로 혼자 살기 힘드니까요. 더더군다나 레즈라면? 하지만⋯ 여태껏 독신녀는 있어왔고 어떻게든 살아있듯 우리도 잘먹고 잘살겁니다. 더구나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땡땡하게 뭉쳐있으니까요. whynot 회지 탄생을 축하하며⋯ 회지는 한 권 보내주시는거지요?

—『와이낫창간호, 니아까 편집장, 1998

동성애 공포증, 이성애 주의, 인종차별, 여성차별, 가부장제, 순종, 강제된 이성애, 성차별주의, 문화적 식민지, 겁, 편견, 정형화, 고정된 성 역할, 침묵, 지움, 미움, 불신, 나이주의, 마녀사냥, 사회적 억압, 자본주의. 이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왔고, 앞으로 살아갈 세상 역시 우리가 만들어 나갈 것이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또다른 세상』 7호, 뒤표지, 1999

날씬한 몸매와 해맑은 웃음을 가진 나우누리 동성애자 모임 ‘레인보우’의 모임지기 ‘참된세상’님은 세 모임모임지기 중 가장 나이가 젊었다. 온라인상이었지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추가 인터뷰까지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이셨던 모임지기의 모습에 가장 늦게 출발하고서도 결코 다른 모임에 뒤지지 않는 활동력을 갖춘 레인보우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천리안의 동성애자 인권모임모임지기인 ‘길벗’님은 비교적 오랫동안 천리안 모임방에서 벌인 활발한 활동과 수려한 글솜씨를 인정받아 최근 80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정기모임에서 3대 대표 시삽으로 뽑힌 분이다. 차분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일을 진행시켜 급기야는 큰 사고(?)를 치고야 마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이텔 모임지기인 오현주님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분답게 오프라인상에서의 인터뷰를 먼저 제안해왔다. 오현주님과의 만남은 후텁지근한 날의 불쾌함을 씻어줄 시원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소낙비와도 같았다.

—『친구사이』 12호, 「세가지색깔, 하나의 목소리_통신3사 시삽을 만나서」, 연도미상

故 육우당 유서에서. 이 세상은 아비규환인 것 같습니다. , 담배, 수면제, 파운데이션, 녹차, 묵주 이 여섯 가지가 제 유일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육우당(六友堂)이죠. 후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의문입니다.

—『LGBT PAPER2003년 6-7월호, 앞표지, 2003

서울퀴어영화제가 소동을 일으킵니다. 저희는 이성애 문화의 틈새를 해집고 들어가는 퀴어문화혁명의 게릴라들을 찾습니다. 서울퀴어영화제는 “레즈비언, 게이, 성 전환자로서 혹은 성의 무법자로서 자신을 옹호하고 표현하는 모든 문화적 작업”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든 퀴어들이 탁월하고 근사하기보다는 차라리 조악하고 무디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을 위한 문화 예술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비로소 더듬거리며 비틀거리며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우리의 모든 언어들을 한자리에 모으고자 합니다. 그것은 “세상으로부터 누락된 퀴어들의 언어의 권리, 그리고 그 미래”야말로 서울퀴어영화제제의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팩토리뉴스창간호, 「퀴어문화혁명의 게릴라들을 찾습니다」,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