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5월 21일로부터 태어난 안전지대는 이제껏 비활동적이고 음성적이던 부산, 경남지방의 레즈비언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꼭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여성으로 겪는 사회적인 사회적인 부당함 등을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별과 성정체성을 떠나 이반인(二般人)인 우리가 일반인이라고 하여 배척하지 않으며 다수인 그들 속에서 당당한 인격체로서 모두에게 주어진 평등한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 자신부터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자신을 바라보아야 되지 않을까.
11월 23일,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정기모임이 있는 날.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범일동에 위치한 텔레폰이라는 곳의 문을 열었지만, 막상 나를 맞아주는 건 썰렁한 분위기였다. 그래도 “룰루랄라~~” 히죽거리며 “송지나의 취재파일”을 봤다. 4명의 여성들이 얼굴을 공개하고 자신의 삶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그들이 TV라는 파급효과가 큰 매체에 COMING OUT(커밍아웃-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용기가 필요했을까? 방송이 나간 후 겪었을 부당한 대우와 주위의 시선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한두 명씩 사람들이 들어섰다.
날씬한 몸매와 해맑은 웃음을 가진 나우누리 동성애자 모임 ‘레인보우’의 모임지기 ‘참된세상’님은 세 모임의 모임지기 중 가장 나이가 젊었다. 온라인상이었지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추가 인터뷰까지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이셨던 모임지기의 모습에 가장 늦게 출발하고서도 결코 다른 모임에 뒤지지 않는 활동력을 갖춘 레인보우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천리안의 동성애자 인권모임방 모임지기인 ‘길벗’님은 비교적 오랫동안 천리안 모임방에서 벌인 활발한 활동과 수려한 글솜씨를 인정받아 최근 80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정기모임에서 3대 대표 시삽으로 뽑힌 분이다. 차분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일을 진행시켜 급기야는 큰 사고(?)를 치고야 마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이텔 모임지기인 오현주님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분답게 오프라인상에서의 인터뷰를 먼저 제안해왔다. 오현주님과의 만남은 후텁지근한 날의 불쾌함을 씻어줄 시원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소낙비와도 같았다.
#힘망찬 소식 하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담았던 동성애자 단체들이 드디어 연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남성 동성애자 인권모임인 ‘친구사이’, 여성 동성애자 모임 ‘끼리끼리’, 그리고 새로운 동성애 문화를 열어가는 ‘버디’ 등 전국 27개 동성애 단체들이 5월 31일 세종대에 모여 ‘한국 동성애자 협의회’ (가칭)을 결성하였습니다. 아직 정확한 활동과 모임의 명칭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전국의 동성애자단체들의 대표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얼굴을 확인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문제점과 동성애자 인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