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회’가 1년의 역사를 갖게 되고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은 한국 동성애 역사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 중심의 동성애 문화에 목말라했던 지방의 동성애자들도 이제는 보수적인 지방색을 이기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말이죠. ‘대경회’를 선두로 다른 많은 지방에서도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일을 시작한 ‘대경회’회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레즈비언들도 ‘대경회’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고요. 저희 ‘끼리끼리’와도 긴밀한 교류가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누리1』, 「각 단체장 축하메시지」, 한국 여성동성애자 인권운동 모임 ‘끼리끼리’회장 전해성, 1997
대경회가 새로운 소식지를 발행한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축사를 올립니다. 해마다 한국 귀국 길에 발전해 나가는 서울 내 동성애 인권운동 단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감격하기도 또한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유교적 사상으로 봉건적인 사회에서 자리잡게 되었던 동성애 단체의 의지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반면에 날이 갈수록 ‘서울’ 중심으로만 몰려지게 되는 현 동성애 인권운동의 지역성은 지방에 계신 동성애 동포 여러분들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 될 수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구경북지방에서도 자치적인 동성애 인권 소식지를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보도 위를 혼자 걷는 남자가 낯설게 보일 만큼, 연인끼리의 팔짱끼기와 마주잡은 손들이 주저없이 자연스러운 그린위치빌리지. 내내 질투로 이글거리던 한국 토종 게이의 토라진 눈가에도 슬며시, 봄날의 기운처럼 웃음이 번져나오게 하는 게이들의 활기찬 오후 산책⋯. 그래도 그들은 1970년대 바로 그곳에서, 그리고 99년 호모포비아에게 희생당한 어느 게이의 장례식에도 두 주먹 불끈 쥔 채 자유를 위해 싸워야 했다. 그들의 자유는 자유를 위한 그들의 투쟁에서 비롯되었다는 너무도 뻔한 이치를, 눈감을 수 없이 자명한 그 깨달음을 그린위치 빌리지의 산책길에서 배운다.
#힘망찬 소식 하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담았던 동성애자 단체들이 드디어 연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남성 동성애자 인권모임인 ‘친구사이’, 여성 동성애자 모임 ‘끼리끼리’, 그리고 새로운 동성애 문화를 열어가는 ‘버디’ 등 전국 27개 동성애 단체들이 5월 31일 세종대에 모여 ‘한국 동성애자 협의회’ (가칭)을 결성하였습니다. 아직 정확한 활동과 모임의 명칭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전국의 동성애자단체들의 대표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얼굴을 확인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문제점과 동성애자 인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박수를⋯
여기에도 연대나 접점에 대해 나와있잖아요. 늘 내가 이 얘기 나오면 하는 말인데 우리가 LGBTQ라고 좋게 얘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퀴어끼리도 결속력이 되게 떨어지고, 서로 서포트하는 것도 잘 없어요. 여성 그룹에서는 남성 그룹을 비난하고 경계를 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 그룹에서는 좀 부적절한 표현일 수 있지만, 내가 느끼는 대로 말하면⋯ 남성 단체들은 여성 단체들을 신경도 안 쓰고 안중에도 없어요. 그래서 서로 교류가 없는 것 같고, 거리 두면서 별개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말하는 게 LGBTQ에서 G(Gay) 뺐으면 좋겠다고 게이가 존나 이기적이라고⋯ (웃음) 그런 얘기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