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2022...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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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발행한 『초동회 소식지』 이후, 한국의 퀴어(비연속/연속)간행물의 문장을 수집하고 연결하는 공간입니다. 발견한 문장을 보내주세요.

“이해가 안되네요, 퍼레이드참여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고, 선글라스를 낀 나라는 한국 뿐일거라고 생각해요. 퍼레이드는 일종의 커밍아웃으로 통하는데 한국은 아닌가봐요” 38세의 일본인 독립영화 감독 고히치씨의 말이다.

—『보릿자루』 42호, 「조선의 호모종로를 주름잡던 날」, 김재원, 2003

레즈비언 섬을 발견하다. 암흑 같던 어둠을 뛰쳐나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이 자신스스로가 열어가고자 방황해야 했던 수많은 날들⋯ 한국 최초 동성애 전문 잡지 버디세상에 나오면서, 어둠의 빛처럼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문을 두드린 레즈비언 모임 안전지대⋯ 새내기-신입-여러분이 많은 상담과 회원가입과 모임에 대한 문의를 해옵니다. 벅찬 감동과 반가움 이전에 빈 구석을 메워나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갈 정도로의 모임의 내용과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안전지대』 9호, 「글: 회장 블랙」, 1998

대경회’가 1년의 역사를 갖게 되고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은 한국 동성애 역사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 중심의 동성애 문화에 목말라했던 지방동성애자들도 이제는 보수적인 지방색을 이기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말이죠. ‘대경회’를 선두로 다른 많은 지방에서도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일을 시작한 ‘대경회’회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욱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레즈비언들도 ‘대경회’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고요. 저희 ‘끼리끼리’와도 긴밀한 교류가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누리1』, 「각 단체장 축하메시지」, 한국 여성동성애자 인권운동 모임끼리끼리’회장 전해성, 1997

대경회가 새로운 소식지를 발행한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축사를 올립니다. 해마다 한국 귀국 길에 발전해 나가는 서울동성애 인권운동 단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감격하기도 또한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유교적 사상으로 봉건적인 사회에서 자리잡게 되었던 동성애 단체의 의지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반면에 날이 갈수록 ‘서울’ 중심으로만 몰려지게 되는 현 동성애 인권운동지역성은 지방에 계신 동성애 동포 여러분들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 될 수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구경북지방에서도 자치적인 동성애 인권 소식지를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누리1』 「인간적인 정으로 이어주는 소식지가 되기를 바라며」, 장진석, 1997

레스보스! 이제 서울에 첫발을 내딛은 첫 레즈비언 카페.. 그것은 레즈비언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출발을 의미한다. 이제 한국에도 레즈비언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이 생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이벤트를 열겠다는 레스보스! 우리가 그 미래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또다른 세상』 2호, 「레스보스, 레즈비언문화공간 레스보스를 찾아가다」, 강모선, 1996

한국에도 레즈비언이 있어요?’ 8월 9일 ALN(Asian Lesbian Network) conference가 열리는 대만에 도착했을 때 각국에서 온 레즈비언들이 한국에서 왔다는 나를 보고 처음으로 했던 말이다. 이럴 수가. 그러나 사실 그런 의문과 놀람도 무리는 아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레즈비언들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었고 자신을 알리는 목소리 또한 없었으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레즈비언이 무엇인지, 동성애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아마 많을 것이다.

—『끼리끼리소식지』 1995년 11월호, 「​​우리의 힘, ALN참가기」, 전해성, 1995

보도 위를 혼자 걷는 남자가 낯설게 보일 만큼, 연인끼리의 팔짱끼기와 마주잡은 손들이 주저없이 자연스러운 그린위치빌리지. 내내 질투로 이글거리던 한국 토종 게이의 토라진 눈가에도 슬며시, 봄날의 기운처럼 웃음이 번져나오게 하는 게이들의 활기찬 오후 산책⋯. 그래도 그들은 1970년대 바로 그곳에서, 그리고 99년 호모포비아에게 희생당한 어느 게이의 장례식에도 두 주먹 불끈 쥔 채 자유를 위해 싸워야 했다. 그들의 자유자유를 위한 그들의 투쟁에서 비롯되었다는 너무도 뻔한 이치를, 눈감을 수 없이 자명한 그 깨달음을 그린위치 빌리지의 산책길에서 배운다.

—『친구사이1999년 5월호, 「이희일의 뉴욕기행」, 이송희일, 1999

1997년, 한국 동성애 인권운동역사가 바뀐다. 친구사이사무실을 이전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친구사이의 숙원사업이던 사무실 이전이 드디어 여러 단체와 고마우신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 아래 이루어졌습니다. 새로운 터전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국 남성 동성애자인권 신장을 위하여 더욱 전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도움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친구사이』 14호, 뒤표지, 1997

25세는 어린 나이가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25세 이상 될 때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특히 자신성정체성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또한 부모님의 뜻을 어기면서 결혼을 거부하고 있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것은 강한 “자기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종 부모들은 독신여성(결혼하지 않은)의 외로운 노후에 대해 경고하곤 한다. 또 그것으로 자녀에게 결혼을 강요하곤 한다.

—『밴댕이들의 소식2002년 3월호, 「밴디트와 나」, 2002

#힘망찬 소식 하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담았던 동성애자 단체들이 드디어 연대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남성 동성애자 인권모임인 ‘친구사이’, 여성 동성애자 모임끼리끼리’, 그리고 새로운 동성애 문화를 열어가는 ‘버디’ 등 전국 27개 동성애 단체들이 5월 31일 세종대에 모여 ‘한국 동성애자 협의회’ (가칭)을 결성하였습니다. 아직 정확한 활동과 모임의 명칭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전국동성애자단체들의 대표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얼굴을 확인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문제점과 동성애자 인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박수를⋯

—『퀴어씨네뉴스』 2호, 「HOMO OFFICE」, 1998

오늘 하루 아르바이트루 일당 5마넌에 일본고딩 가이드를 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들을 6명을 데리구 다녔었는데⋯ 명동에서 그 아이들이 나보고 “레즈⋯? 레즈⋯? 아나타 레즈??이러는 것이다. 흠짓⋯ 아니 이것들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하구 무지 놀랐다. 티나게 행동한 거 하나두 없었구만⋯ 그래서 왜 그런 생각을 하냐구 했드만⋯ 내가 같이 알바하던 여자애하구 팔짱을 끼구 걸어다녔기 땜에 레즈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선 친구들끼리 이러구 다니는 거 보통이라구, 짧은 일본어루 열심히 설명해 줬다.

—『또하나의 사랑』 10호, 「일본 아이들이 나보고 레즈냐구⋯」, 1998

2011년에 한 목사가 “한국동성애 청정국이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상한 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라는 식의 말을 했을 때, 아카이브에 가면 70년대, 80년대, 90년대 이미 이렇게 활동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는 거죠. 존재를 부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효과가 있는 거예요.

—『』 특별판 ‘쓰까페미’, 「루인에게로 달려가기」, 2017

여기에도 연대나 접점에 대해 나와있잖아요. 늘 내가 이 얘기 나오면 하는 말인데 우리가 LGBTQ라고 좋게 얘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퀴어끼리도 결속력이 되게 떨어지고, 서로 서포트하는 것도 잘 없어요. 여성 그룹에서는 남성 그룹을 비난하고 경계를 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 그룹에서는 좀 부적절한 표현일 수 있지만, 내가 느끼는 대로 말하면⋯ 남성 단체들은 여성 단체들을 신경도 안 쓰고 안중에도 없어요. 그래서 서로 교류가 없는 것 같고, 거리 두면서 별개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말하는 게 LGBTQ에서 G(Gay) 뺐으면 좋겠다고 게이가 존나 이기적이라고⋯ (웃음) 그런 얘기를 해요.

—『보릿자루 산책하기창간호, 「J」, 2022

24회관은 (⋯) 업장이 엄청 크니까 섹스하는 방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설이 있는 일종의 실내 놀이시설 같은 분위기였어요. 거기서 나눠주는 타월로 아래만 가리고 바에서 주문해서 마실 수 있고 간단한 식사 같은 것도 팔고, 목욕탕도 있고 옥상에 올라가면 운동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요. 정말 운동이라기보다는 롤플레잉 섹스하는 공간? 한국 찜방보단 전반적으로 좀 더 밝고 깨끗한 느낌이에요.

—『보릿자루 산책하기창간호, 「H」,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