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는 분명히 호출을 했었을 그 장본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엉뚱한 꼬마 아이의 목소리만 들렸다. ‘아뿔싸!’ 가만히 수화기를 내려놓았어야 옳은 일이건만, 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 꼬마의 아빠가 내게 호출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혹시 아빠 계세요?”라고 물었고, “네, 목사님요? 우리 아빠 목사님인데요” 그 꼬마는 영문도 모른 채 그렇게 대답을 또박또박했다. 엉겁결에 수화기를 내려놓고 난 뒤 밀려드는 그 후회스러움⋯ 그리고⋯ 예의 그⋯ 불쾌감⋯.
—『우리누리』 봄호, 「혹시 목사님도 호모세요?」, 보릿자루,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