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반 세계를 알고 몇 번 이태원을 다녀왔지만 사실, 아직도 그곳에 대해 뭐라고 딱히 하고 싶은 말은 없다. 갈 때마다 이태원이 내게 주는 느낌은 달랐다. 처음엔 나와는 너무 동떨어진 세계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다음엔 차차 호기심 어린 곳이 되었고, 때때론 이반세계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 같은 회의를 들게 하였고, 어쨌든 지금은 심각하게 생각 않기로 했다. 일반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대로 떠들고, 술 마시고 끼도 부려볼 수 있는 장소가 내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너와나』 창간호, 「필이가 이태원에 간 까닭은?」, 유필, 1999